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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마녀의 솥 봄 7. 해장할 때 고수를 잔뜩 넣은 쌀국수만큼 속 편한 음식도 없다! 여름 7, 해장할 때 고수를 잔뜩 넣은 쌀국수만큼 속 편한 음식도 없다!    “보라야, 나 물 좀.”“미안한데, 나도 지금 죽겠으니 직접 갖다 먹어.”“그럼, 나 해장하게, 해장국이라도 시켜줘.”“미안한데, 나 지금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다.”“아, 이럴 때 멀쩡한 사람 한 사람만 있었어도.”“그러게…….” 둘은 어제의 여파로 파김치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었다. 2차로 피자과 맥주를 마셨다. 페퍼로니와 치즈를 두 번 추가해, 매운 쓰리라차를 팍팍 넣고, 입에 물면, 쭈~욱 늘어나는 그 경이로운 맛. 흐, 속이 아직 부대끼지만, 맛있는 걸 떠올리니… 흐흐, 먹고 싶다. 3차로 보라의 집에서 닭발과 오뎅탕 그리고 소주로 5시까지 마신 둘은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깨어났다. 그리고 서로에게 물이나 해장음식을 ..
[요리] 마녀의 솥 봄 6.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일 때는 소주에 고기 좀 구워야지 “야, 옛말에 돼지는 버릴게 없다고 했어. 우리가 먹는 삼겹살은 서양에선 소금에 절여, 베이컨으로 먹잖아. 내장은 순대, 등뼈는 감자탕이지.에헴,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특히 지방이 적고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 볼살은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지. 서양에서 먹지 않는 돼지의 부위도 한국에선 모조리 식자재며, 먹거리야. 고사에 자주 사용하는 돼지 머리는 서양인들에게는 충격이겠지만, 이 머릿고기 편육이 정말 맛있는데, 그 맛난 걸 왜 모르는지~. 하긴, 맛있는 건 장롱과 속옷 깊숙이 숨긴다는 말이 있듯이, 경쟁자가 적은 게 중요하지. 또 어느 책에서는 돼지 오줌보로 축구공을 만들었다는 것도 봤어.그러고 보니, 서양에서도 돼지는 알뜰하게 발라먹는 거 같던데. 베이컨, 훈제햄, 민스파이, 생소세지, 솔트포크 등등, ..
[요리] 마녀의 솥 봄 5. 두근두근 짝사랑엔 역시 달콤한 마카롱이지 방송부인 시나는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자기 모습이 아직 어색하다. 지난 1년간 이를 악물고 연습한 결과 이번에 드디어 마이크를 잡게 되었다. 비록 앵커석이 아니고 기자였지만 그래도 그간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시나는 취재와 자료조사를 꼼꼼히 잘 해냈다. 앵커석에 앉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평소 감정표현도 무뚝뚝한 시나였지만, 방송 때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9대 학생회장으로 2학년 이세림 학생과 부회장으로 2학년 노아라 학생이 뽑혔습니다. 지난 학생회장 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투표함과 학생들, 그리고 시나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또다시 화면이 바뀌고 시나는 재빨리 다음 원고를 읽어 내렸다. 몇 번을 연습했는데도 영상에 맞..
[요리] 마녀의 솥 봄 3. 양배추를 잔뜩 넣은 햄에그 토스트와 딸기 라테 “일용 삼촌~.”“어이쿠, 이 녀석, 어른 다 됐네~.” 삼촌은 한 손에 무거운 집을 들고도 여주를 한번 가볍게 들었다 내려놨다. “제 나이가 벌써 30인데 당연하죠. 아, 내 정신 좀 봐. 무거울 텐데, 들어오세요, 삼촌.”“그래.”    봄 3편, 양배추를 잔뜩 넣은 햄에그 토스트와 딸기 라테    “이게 엄마 일기라고요?”“응. 새엄마가 다락 치우다가 발견했데. 일기 같은데, 할머니가 말한 적 없었어?”“네….” 박스를 열어보며 삼촌은 여주는 사 온 맥주를 땄다. 똑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탄산의 거품이 입구에 올라왔다. 크아~ 이 맛이지. 삼촌은 시원한 맥주에 호랑이 기운이 나는 듯했다. 하긴, 아이에겐, 시리얼, 어른이라면 술이지. “그런데, 엄마 일기가 왜 할머니 집에 있어요?”“여주, 너 ..
[요리] 마녀의 솥 봄 2. 무생채에는 요구르트를 넣어라. 봄 2편, 무생채에는 요구르트를 넣어라.    무반 통을 (흰 부분으로) 깨끗이 씻어서 준비한다. 너무 지저분하지 않으면 굳이 깎아낼 필요는 없다. (거슬리는 사람은 필터로 깎아라.) 깨끗이 씻은 무를 반으로 가르고 채칼이나 칼로 (둘 다 상관없으니 각자 편안한 도구로 사용한다.) 채를 썬다.채칼을 쓸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해야 손이 안 베인다. 남은 꽁다리는 무리하게 채칼을 이용하기보다는 (솜씨가 없어도 괜찮으니) 칼로 써는 게 더 낫다.채 썬 무에 고춧가루, 간 마늘, 생강가루, 매실청과 설탕, 액젓, 새우젓, 소금을 넣고 살살 무친다. 봄철 무는 단맛이 있지만, 그래도 설탕을 넣어주는 게 맛있다. 마지막으로 요구르트 작은 거 1/3을 넣어 준다. (무생채는 물이 많이 생기면 안 되니, 요구르트는..
[요리] 마녀의 솥 봄 1. 고등어 생강 간장조림, 씨발, 네 음식 존나 맛없어. 미스터 코는, 한때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자기 코가 남들보다 예민하고 후각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의 지원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그는 음식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다. 어느 날 미스터 코는 구파발의 한 가게를 방문했다. 아내가 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방문했다가 음식이 너무 맛있고 인테리어와 셰프, 그리고 주인장까지 모두 잘생겼다며, 호들갑을 떨며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전화를 돌려서 미스터 코의 심기를 조금 불편하게 한 그곳이었다. 아내가 자신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지만,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으니 미리 방문해서 맛 판별도 해 볼 겸 아내가 호들갑을 떤 그 잘난 인간들의 면상도 겸사겸사 볼 겸 와봤다. 외관은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곳이었다. 가게에 들어가자, 아담하..
[요리] 마녀의 솥 프롤로그 1부마녀의 솥   프롤로그    옛날, 옛날 그리 멀지 않은 옛날 동쪽에 아주 평범한 마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마녀는 다른 마녀들과는 다르게 마녀로서 자질이 없었습니다.마녀는 얼굴은 반반한 미인이었지만 남자를 유혹하기보다는 모욕주고 퇴짜를 놓기 일 수였고 아이들을 솥에서 끓여 먹기엔 작은 솥을 가지고 있었으며 약초를 알아보는 눈도 부족했지만, 요리를 아주, 아주 잘했답니다.어느 날 마녀가 사는 곳에 아주 무시무시한 전설의 마녀 키르케가 왔답니다. 마녀는 곧장 키르케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식탁 위에는 * 과자집과 * 사피안 왕자와 플랄리네 공주가 만든 마법의 수프, 나무딸기 주스, 삶은 달걀, 파프리카가루로 매콤한 맛이 나는 크리스피한 치킨과 비둘기구이, 디저트로는 자두조림과 푸딩과 마틸다의 초코케이..
마을 경비의 고백 담요 사이에 시린 바람이 들어오자, 몸을 부르르 떤 수도승은 한 번 몸을 뒤척였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빛에 그는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몸을 안쪽으로 들이밀었지만, 불꽃과 그의 거리는 멀었다.가물가물한 눈을 떠보니 불 앞에는 한쪽 팔에 붕대를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누구였더라? 생각할 무렵 남자의 얼굴 위로 죄책감과 어둠이 불꽃에 비쳤다. 막 잠에서 깬 머리로 그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찬바람이 수도승의 빈 머리카락을 건드리자 아, 이번에 갑작스럽게 오크 떼에게 습격받아 빈으로 향한다던 남자임을 떠올렸다. 기사와 마부뿐만 아니라 남자와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아까 마차 안에서 경비라고 그는 자신을 소개했다. 마을 경비로 혼자 살아남은 남자는 마을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몹시도 괴로워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