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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마녀의 솥

[요리] 마녀의 솥 프롤로그

1부

마녀의 솥

 

 

 

프롤로그

 

 

 

 

옛날, 옛날 그리 멀지 않은 옛날 동쪽에 아주 평범한 마녀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마녀는 다른 마녀들과는 다르게 마녀로서 자질이 없었습니다.

마녀는 얼굴은 반반한 미인이었지만 남자를 유혹하기보다는 모욕주고 퇴짜를 놓기 일 수였고 아이들을 솥에서 끓여 먹기엔 작은 솥을 가지고 있었으며 약초를 알아보는 눈도 부족했지만, 요리를 아주, 아주 잘했답니다.

어느 날 마녀가 사는 곳에 아주 무시무시한 전설의 마녀 키르케가 왔답니다. 마녀는 곧장 키르케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식탁 위에는 * 과자집과 * 사피안 왕자와 플랄리네 공주가 만든 마법의 수프, 나무딸기 주스, 삶은 달걀, 파프리카가루로 매콤한 맛이 나는 크리스피한 치킨과 비둘기구이, 디저트로는 자두조림과 푸딩과 마틸다의 초코케이크와 붉은 포도주 또는 커피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키르케는 그것들은 한입, 한입 맛보며 아주 만족했답니다. 그리고 식탁을 쓰다듬으며 아주 오래전에 이 식탁에게 붙잡힌 소녀와 식탁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키르케의 말을 들은 마녀는 조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흡족한 대답에 마녀에게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마녀는 소원을 두 개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키르케는 마녀의 욕심에 흡족해하며,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마녀는 키르케와 자매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키르케는 식탁에 있는 나이프로 검지에 피를 내고 마녀의 검지에도 피를 내어 서로 맞대었습니다.

서로의 피를 나눈 마녀와 키르케는 그렇게 자매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소원으로는 영원의 샘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영원의 샘, 그곳은 남자들이 없고 마녀사냥당할 일도 없으며 자유롭게 춤추고 먹고 마녀들끼리 사는 마녀들의 낙원이었습니다. 키르케는 맛있고 융숭한 저녁 식사도 받았겠다, 흔쾌히 알려주었답니다.

키르케는 하루도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자매를 만나기 위해 마녀의 집에 짧지만, 만족한 시간을 보내고 떠났습니다.

키르케가 떠나고 신난 마녀는 키르케가 알려준 영원의 샘으로 가는 영약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녀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건 사실 마녀의 잘못이 아니라, 마녀의 어머니에게 있었습니다.

먼저 영원의 샘으로 떠난 마녀의 어머니는 마녀를 가졌을 때 실수로 까마귀를 솥에 넣고 끓이는 바람에 마녀는 깜빡깜빡하는 저주에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마녀는 깜빡하고 영약에 잘못된 재료를 넣었답니다. 대체, 마녀의 솥에는 뭐가 들어있을까요? 그리고 잘못된 재료로 무엇을 넣었을까요?

두꺼비의 심장? 만드라고라? 쥐의 꼬리?

 

하…할머니?

 

오랜만에 할머니의 꿈을 꿨다. 꿈은 평소에도 잘 꾸지 않는데. 싱숭생숭한 기분이지만 한발 늦게 울리는 알람을 끄며, 이부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옆에는 동생이 곤히 잠들어 있었고 아침 준비를 하려면 지금부터 늦장을 부릴 시간은 없었다.

주방으로 간 여주는 제일 먼저 밸브를 열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리고 어젯밤 한가득 끓인 카레를 데운다. 중간중간 가라앉은 것들을 국자로 위아래로 휘저으며 밑바닥이 타지 않게 정성을 들인다. 카레가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면 중약불로 줄이고 한쪽 비어있는 가스레인지엔 프라이팬을 올려 식용유를 두르고 냉장고에서 재빨리 달걀 두 개를 모서리에 톡톡 쳐서 깬다. 한쪽 구석에 있는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면. 흠~ 고소한 기름 향과 겉이 갈색으로 바삭해진 달걀을 뒤집개로 휘리릭 뒤집어 준다. 가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뒤 밥솥에서 고슬고슬한 흰 쌀밥을 푸고 데운 카레를 건더기와 함께 부어주고 달걀을 올려주면 끝! 아차차, 김치를 빠트리면 안 되지.

수란처럼 달걀의 겉이 막이 생겨서 그 안을 살살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가르면 황금빛 노른자가 주룩 하고 흐르며, 카레의 맛과 풍미를 한 층 더 올려준다. 고소한 노른자와 카레를 입안 가득 넣고 오물오물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가 쿰쿰할수록 카레의 맛은 더 뛰어난 맛을 볼 수 있다. 김치는 만능의 음식이다. 이것만 있으면, 술도 식사도 뚝딱이다.

빈 그릇은 설거지통에 넣고 동생에게 마무리하라고 하고 재빨리 양치와 옷을 갈아입었다. 현관을 나설 무렵 뒤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가 들렸다, 동생을 깨울까 말까 하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려 조용히 문을 닫고 출근한다.

 

 

* 그림형제 (헨젤과 그레텔)

* 미하엘 엔데 (마법의 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