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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단편 모음집

[NL] 베일에 싸인 환자 2

6. 익명의 편지 1

수기로 작성. 필체를 감정하면,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것 같아, 왼손으로 기울여 쓴 흔적이 역력하며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 필사적이다.

 

우리는 그녀를, 수수께끼 환자 또는 303 환자라 불렀다. 간호사나 의사들 모두 303호 환자에 대해 쉬쉬 말을 아꼈고 그녀에 대해 질문하면 벽에 가로막힌 듯 답을 하지 못했다. 그녀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그것들은 실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우리가 아는 건 몇 가지 없었다. 병원장이 직접 그녀를 진료하며. 진단서, 병력기록 없이 입원했고 그녀가 어디서 왔으며,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고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늘 베일에 싸여 있었다. 앞서 말한 그녀의 정보도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그것이 사실인지조차 우리는 알지도 못했다.

303호 환자에 대해,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게 하라. 그게 첫 번째 규칙이었다. 그곳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병원장과 수간호사 애쉬, 간호사 마우스 그리고 나 셋뿐이었다.

두 번째 규칙은 절대적 침묵, 비밀 유지였다. 애쉬는 나에게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라는 각서까지 쓰게 했다. 나는 당시 몹시 굶주리고 돈이 궁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내 지장을 찍기는 했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절대 그러한 범죄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303호 환자가 있는 곳은 3층 오른쪽 끝 방이었다. 대담한 건지 아니면 무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하실이 아닌 환자는 일반병동에 있었다.

303호실은 차갑고 냉기가 가득했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이라 창문이 없었다. 10개의 자물쇠가 채워진 문을 열면, 에메랄드 coffer 관 하나가 나오는데, 그 관 역시도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다. 

303호에서 내가 했던 첫 번째 일은 관 아래 흘러내리는 오물을 닦는 단순한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을 퍽 잘했는지 병원장은 깨끗해졌다면 나를 칭찬했다. 두 번째로 내가 했던 일은 그녀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주는 것이었다, 이 일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해야 했기에 그녀의 입술을 찾는 건 어려웠고 두 번째 어려움은 재갈까지 물려 있는 그녀의 입에 제대로 수프가 들어가지 않아, 옷을 닦아가며 해야 해서, 번거롭고 불편했다는 것이다. 내가 병원장에게 재갈만이라도 벗기면 편하겠다고 말하자, 입 닥치라는 소리가 돌아왔다. 하지만 병원장은 곧 내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에 들어가는 양보다 흘러내리는 양이 많아지자, 병원장은 직접 재갈을 풀었고 그의 감시 아래, 그녀의 입에 수프를 온전히 넣어줄 수 있게 되었지만, 수간호사가 들어오자 곧 나는 다른 일을 맡게 되었다.

아무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은 퍽 피곤하고 고단한 일이었다. 어느날은 정원에서 청소하는데, 수풀에서 한 환자가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녀를 모른척하며 계속 빗자루질했다. 그렇게 몇 번 그녀는 나를 손짓하다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장난이나 나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또다시 내가 정원에 나와 청소할 때 손짓했다. 금방 포기할 줄 알았던 그녀는 내가 정원을 청소하는 시간마다 꾸준히 나를 불렀다. 나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 벌써 그녀와 내적 친밀감이 쌓인 것만 같았다.

하늘을 보는 척하며 나는 창문을 보았다. 병원장이 늘 지켜보고 있어서 늘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병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햇빛에 반사돼 잘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나는 조심조심 안쪽으로 쓸면서 들어갔다. 

그녀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 나에게도 서슴없이 진실을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위그드라실, 작가라 했고, 나중에 그녀의 직업이 거짓말인 걸 알게 됐지만 이, 이야기는 뒤에 쓰도록 하겠다. 어쨌든 의사가 정신병 환자를 진짜로 구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실험하는 칼럼을 쓰려고 몰래 잠입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뒤 종종 숨어서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곳의 생활은 너무 단조롭고 재미없었다. 정신병들과 아픈 환자들, 그리고 엄격한 병원장과 침묵해야 하는 것들이 나를 지치게 했고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버둥거리는 환자들, 에테르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들. 얼음송곳, 비도덕적인 의사들과 간호사. 욕설을 내뱉으며, 환자를 때리는 남자들. 모든 것들이 지독하게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웠다.

 

 

7. 이름을 빼앗긴 여인의 수기 2

첫 번째보다는 필체에 힘이 들어가지만, 힘없이 펜을 떨궈 군데군데 먹이 뭉개져 있다.

 

하지만, 달이 뜨면 해가 뜨기 마련이지. 이 단순한 이치를 잊지 않는다면, 인생이란 어쩌면 살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알아버리자, 내 아름다운 목소리는 당시에 점점 힘을 잃어갔고 애처로움과 구슬픔으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어느날, 새장에서 힘없이 쓰러져 있는 나를 향해 창과 앵 벙커 형제가 찾아와 흥미로운 소식 하나를 전해 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사고 싶다니? 그래서, 지금 나에 대한 주제로 서커스장이 시끄럽다고 했다. 오, 맙소사, 나는 새장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창과 앵 벙커 형제에게 열쇠는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서 가서 더 많은 정보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그들은 자신이 왜? 라고 말했다. 이런 우라질 놈들 같으니라고!

결국 나는 형제들에게 숨겨뒀던 캐러멜 두 개를 건네주며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오면 다음번에는 사탕과 초콜릿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내게 캐러멜 두 개를 선지급 받고 정보들을 알아 와줬다. 그녀를 사고 싶은 사람은 수리부엉이 가문이라고 영국 런던에서 꽤 의사로 촉망받는 가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나에게서 사탕 두 개를 받아 갔고, 나는 또 정보를 받아오면 초콜릿도 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번에는 선지급 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꼭 정보를 물어와 달라고 말하고는 초콜릿 두 개도 넘겨 주었다. 밤새워 기다렸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잔뜩 애가 탄 나는 새장에 매달려, 형제들을 애타게 불렀지만, 내 목만 상했을 뿐이다.

다음날 피니어스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친절하고 선량한 얼굴을 했다.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가 어떤 여성들에게 내 목욕시중을 들게 하고 화장과 향수, 거기다 좋은 옷과 구두, 모자까지 입혀 주었다. 처음으로 향기가 나는 물에서 목욕한 나는 평소처럼 땋지 않고 수십번의 빗질과 드라이어를 하며, 머리를 풍성하게 말아 올려 귀부인 흉내까지 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여전히 어리둥절한 내 얼굴에도 그는 짜증이나 불평이 아닌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울 속에 나는 말라깽이지만 화장에 좋은 옷까지 입으니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내 손을 가볍게 잡고 우리는 단장실로 들어갔다. 여전히 잘 정리가 안 된 방이지만, 앉을 곳만큼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 보는 남자를 만났다. 금발에 푸른 눈, 아주 큰 코와 작은 키를 남자였다. 그가 내 인생을 변화시킨 두 번째 남자였다. 그는 나를 영국 런던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는 배를 타고 이동했다. 첫 번째는 통 안에 들어있어서 전혀 배를 타는 줄도 풍경도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으며 아주 자유로웠다. 나는 그에게 친절해지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그가 진짜 내 신랑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 말을 하자 화들짝 놀라며, 자신은 그저, 나를 입양하려고 데려왔다고 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나이를 밝혔다. 나는 그의 나이를 듣자, 생각보다 더 늙었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게는 버터 스콘이라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그 애의 여동생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곳, 새로운 부모 거기다 사랑스러운 언니까지 생긴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던 나는 빨리 영국이라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곳이라면,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기해서 사는 게 행복으로 가득 찰 것만 같았다. 배는 곳 영국에 도착했고, 우리는 배에서 천천히 내렸다.

마차를 타고 그의 저택에 도착한 것은 한밤중이었다.

다음날, 나는 버터 스콘과 그의 부인을 만났다. 나는 한 달 동안 걷는 법, 바느질하는 법, 행동 교정 그리고 이런저런 식탁 예의범절 등을 배웠다. 그들은 내게 무척이나 친절했다.

어느 날 마당에서 놀던 우리는 서로의 다른 모습에 부러움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기발하지만, 재미난 놀이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버터 스콘의 노란 머리와 사파이어 같은 눈이 보석 같아서 탐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 언니는 나에게 내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와 자수정 빛을 담은 눈이 자신의 것이었으면 하고 탐을 냈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네는 형식을 하며, 한참 즐거운 놀이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버터 스콘은 나와는 다르게 지식이 풍부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을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나는 가방끈이 짧아 서재에 책들을 읽어도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니는 괜찮다며, 꾸준히 독서로 자신만의 세계관의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된다며, 내게 이런저런 잡학지식들을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서재에 있는 나를 양아버지가 부르신다는 하인의 말에 나는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당신을 만났다. 내 운명의 마지막 남자인 갈까마귀 당신을.

 

 

8. 폭풍우 치는 밤에 마차 안에서 들려오는 비밀스러운 대화

갈까마귀의 우두머리와 맞은 편에 아첨꾼 뻐꾸기가 앉아 있다. 뻐꾸기는 위장용 가면을 가지고 한참을 씨름하고 있다.

 

갑갑한데, 주인님, 이거 벗으면 안 됩니까. 이러다, 얼굴에도 땀띠가 생기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네. 그러니, 얌전히 있게.

아이고, 주인님은 이게 익숙하실지 몰라도, 저는 이제 좀 벗어야겠습니다. 푸하- , 하! 이제 좀 살겠네. 이걸 쓰고 있으면 눈이 뱅글뱅글 돌아서, 눈에 힘을 주느라 사람들을 노려볼 수밖에 없다니까요.….주인님도 벗으시죠. 자, 아까부터 답답하셔서 호흡이 불안정해지지 않으셨습니까.

이놈이…. 어딜!

 

갈까마귀는 뻐꾸기의 손길을 피하지만, 좁은 마차 안이라 도망칠 곳이 없다. 결국 그에 의해 가면이 벗겨지고 땀에 젖은 그의 수려하고 잘생긴 얼굴이 드러난다. 아직 앳된 얼굴이다. 언뜻 보면 소년처럼 보이기도 하다.

 

낄낄. 아이고, 주인님…. 고집도 참. 그리 고집 피운다고, 다 될 게 아닙니다. 주인님에게 진리인 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리인 줄 아십니까. 그건 오로지 주인님에게만 진리란 말입니다. 어때요, 시원하시죠.

흠, 이놈 뭐가 시원하단 말이냐.

그리 고집 피우시지 마시고 솔직해 지시죠, 이제 좀 얼굴이 뺨도 입술도 불그스름해서 생기가 도시는 구만.

경박한 놈.

에에? 그럼 다시 쓰시렵니까.…. 

흠,흠. 내 쓰기 싫어서 다시 안 쓰는 건 아니니…. 

 

갈까마귀는 두 뺨에 홍조가 더 붉어졌지만, 부끄러운 기색을 숨긴다.

 

아무튼 네 놈의 헛소리는 잘 들었다. 그런데 내게 진리인 것이 왜 나만의 진리란 말이냐. 당연히 진리란 세상의 이치이자 삼라만상의 진리이거늘.

에에-, 답답한 소리 마셔라. 그렇다면 제가 주인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주인님께서 늘 하시는 아둔하고 어리석은 제가 그렇다면 그분의 아름다움을 똑같이 느끼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듣고 보니 네 말도 일리가 있군. 하지만, 우주의 역사는 전능하고 신과 같은 불멸의 영적 존재들이 자유와 권능이 종말을 고하고 물질과 필사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흐르는 기만의 강과도 같지.

또, 도통, 못 알아들을 소리를 하시네요. 아무튼 난 그런 어려운 소리는 모르겠고! 주인님, 인쟈 아가씨에게 슬슬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놈이 아직도 헛소리로 떠드는구나. 그러다, 만일, 신에게 들키게 되면, 그녀는 다시 신의 세계로 끌려가 평생토록 신의 아이만 잉태하며 살게 되는 걸 알면서도 입을 놀리는 것이냐! 그녀는 아직 우리의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니까!

어이쿠, 화부터 내시지 마시고 우선 제 말 좀 들어보십쇼. 우리도, 아직 신이 누구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조심해야지. 이곳이 최초의 신이 탄생한 곳이야.

네, 알고입죠, 그리고 주인님이 아가씨를 사모하여, 이 세계에 뛰어온 것을 아가씨도 알까요? 일부로 연극까지 보여주며 경고를 한 거 알기나 하냔 말입니까.

사실 이미…. 말한 거나 마찬가지네.

마찬가지라고요?

내 서재에 자주 드나들어서 책상 위에 올려둔 걸 그녀가 봤어.

?. 그게 끝인가요?

그걸로 충분하기 그럼 뭐가 더 필요한가?

아이고, 답답하셔라. 아이고, 불쌍한 우리 아가씨! 대체, 주인님은 그 머리로 어떻게 의사가 되셨나 모르겠네.

이놈이!

 아니, 아가씨가 주인님이 하고자 하는 일을 그것만 봐서 어찌 알겠어요! 대체 아가씨가 주인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찌 사랑에 빠졌는지 지는 모르겠구먼요.

아직도 이놈이, 뚫린 입이라고 말이면 단 줄 아느냐!

아이쿠! 주인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믿든 안 믿든 일단 진실이란 놈으로 아가씨를 설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네 놈도 머리가 있긴 하는 가 보군. 가끔은 쓸만한 말을 하는 걸 보니.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무슨 소용이냐니요? 세상에 진실만큼 가장 솔직한 게 어딨습니까.

때로는 비밀이 더 많은 것들을 지켜주기도 하지. 진실이란 놈이 늘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법은 없지 않느냐. 너, 만일 저 위의 높은 자들이 자네에게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한다면, 자네는 그걸 구분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없지요.

맞아,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모든 말들은 꼭 진실이 아닐뿐더러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 없지.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해. 신문에서 거짓말을 하는 자들을 알아차려야 하고 자신이 보는 것들만이 진실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며,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지. 하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네. 바로, 이점을 영악한 자들이 이용해, 세상을 군림하려고 들지, 그래서 사람은 자기 생각에 탁상공론에 빠져서는 안 되는 법이야. 왜냐하면 세상은 게으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자들 덕분에 스스로 억압할 도구를 자신들의 손으로 생산해 내고 있거든.

그렇담 주인님은 뭐가 제일 필요로 하다고 보십니까.

음…. 나 말인가? 예전의 나라면 통찰력이 제일이지 싶지만, 지금이라면 사랑이 아닐까 싶어.

그렇담 그 사랑을 위해서, 아가씨를 가둬두고 숨기는 게 아니라, 함께 도망쳐야죠.

옳다구나! 그런 방법도 있었군. 하지만, 그녀가 내 말에 설득이 될까?

아이고, 당연히 먹혀들겠죠. 말재주 하면 주인님 아니십니까. 하인에게 손버릇이 나쁜 것만 빼고요. 으악! 살려줍쇼!

 

 

9. 익명의 편지 2

위그드라실과 친해진 나는 병원과 병원밖에서 핫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 유명한 이야기는 유라시아 재단에 관한 것이 아니냐는 나의 말에, 그녀는 이상한 탄성을 내뱉으며, 이 병원에 베일에 싸인 환자에 대한 게 요즘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온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위그드라실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몰라도 나는 하느님은 모든것을 알고 계시며 영원한 비밀을 없다는 신부님의 말이 떠올랐다. 조만간 고해성사를 하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위그드라실이 베일에 싸인 환자에 대해 물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마다 나의 심장은 한 겨울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것처럼 온 몸이 빳빳하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았냐고 묻자, 그녀는 팔뒤로 깍지를 끼고 드러누우며, 어떤 익명의 제보자 덕분이라고 했다. 그때,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나는 재빠르게 빗자루를 들고, 햇볕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위에서 나를 노려보는 병원장을 시선을 느껴졌지만 나는 모르는 척 하며, 계속 빗질을 했다. 이대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돼. 눈만 안마주치면 돼.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모든 걸 망쳤다. 나는 어깨를 두드리는 척 하며, 고개를 하늘로 향하고 눈을 떴다. 

새빨간 병원장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삼 일을 애쉬의 감시아래 그 지하창고같은 곳에서 303호 환자의 수발을 들어야 했다.

다시 빛도 대화도 없는 생활이 시작되자 나는 모든 것이 될대로 대란 식이었고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다. 이, 환자도 어쩌면, 모든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검은색 구불거리는 머리카락, 자수정처럼 크고 또렷한 검은 눈동자, 백옥같은 하얀 피부, 장비처럼 발그레한 뺨, 거기다 꽤나 값나가는 아름다운 산호초 같은 초록색 드레스까지. 귀한 티가 나는 아가씨였다.

그녀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치마를 잘 정돈해주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303호 환자의 방에서 사흘이 지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 나는 따스한 햇살이 내 얼굴을 맘껏 어루만지게 내버려 두었다. 병원장은 나를 정원 한가운데서 일하게 했고 나는 위그드라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위그드라실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는 더 없었다. 왜냐하면, 인간은 공포를 학습하고 자라는 존재였기에,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학습된 공포라고해도 외로움은 공포를 이기며 망각은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위그드라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이주가 넘는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겠다며, 흥분과 고조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간호사 마우스에게서 얻은 아주 희귀한 정보라는 것이다. 하도 뜸을 들이기에 잔뜩 긴장한 나도 덩당아 긴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실제로 그 베일에 싸인 환자가 존재한다는 말이 나오자 나는 여태껏  제일 시시한 이야기라고 대꾸했다. 왜냐하면 오늘도 나는 그녀의 수발을 들고왔으니까. 나의 행동에 위그드라실은 처음으로 놀란 눈을 하다가, 기어코 나의 비밀에 대해 알아버렸다. 아, 맙소사. 나는 역시나, 거짓말을 제대로 숨기지 못해.

 

 

10. 익명의 편지 3

모든 비밀이 들통나고 나는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위그드라실에게 붙잡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말았다. 위그드라실은 이 증거만 있으면, 자신은 엄청난 특종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의문스러웠다. 의사들이 정상인과 정신병원 환자들을 구불 할 줄 모르는 칼럼이 아니라? 내 말에, 위그드라실은 나에게 자신이 기자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나는 입이 딱 벌어졌지만, 둘 다 특종감이라고 말했다. 위그드라실은 고개를 끄덕이며, 둘 중 하나만 실을 수 있다는 실망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실망했지만 위그드라실에게 언젠가 꼭 그 기사도 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돕기로 했다. 내가 갑자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건 갑자기가 아니었다. 나는 이 지긋지긋한 곳의 비밀들이 언젠가 세상밖으로 나가, 환자들을 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녀와 나는 은밀히 이것저것을 준비했다. 특종을 터트리려면, 확실한 정화과 증거가 필요했다. 위그드라실이 마우스를 통해, 어떻게 해서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몰래 빼돌린 진료 차트를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실의 의문의 환자가, 그 303호 환자가 버터 스콘이란 진단서를 보았을 때 어찌나 놀랐던지. 손발이 떨려, 제대로 숨 쉴수 조차 없었다. 이때 너무 위험한 일에 가담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나는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이 일은 끝을 내야 했다. 우리는 기회를 노렸다. 병원장이 느슨해지기를. 

당시 병원장은 전두엽절제술을 한참 연구중이었다. 나는 이걸 노리기로 했다. 위그드라실에게 접촉해, 전두엽 절제술 인터뷰와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는 거짓 기사를 내달라고 했다. 위그드라실은 내 아이디어를 듣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당장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가 가장 바라던 때까 왔다. 예상대로 병원장은 인터뷰를 쉽게 수락했고 우리는 병원장이 병원을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예상밖의 일이 터졌다. 병원장은 모든 직원에게 하루 휴가를 줘서 아무도 병원에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위그드라실도 환자로 등록이 돼 있어, 병실밖을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그녀와 나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이야기도 더 나누지 못할 채 그렇게 하루를 보내버렸다. 나는 초조하게 위그드라실이 제발 방법을 찾기를 바랐다. 그래서 다음날 병원문이 열리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정원에서 위그드라실을 기다렸다. 하지만, 위그드라실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이 틀, 사흘, 나흘이 지나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가 탈출했다는 이야기가 병원에 파다하게 퍼졌다. 병원장은 환자 한 명 탈출한 게 뭐 대단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조차 이야기를 하지 않고 떠났다는 게 속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며칠 뒤 나는 우연히 그녀로 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 거기엔 그녀가 무사히 탈출을 했고, 지금은 유라시아 정신병원에 대한 기사를 열심히 쓰고 있다는 것과 사진에 관한 글이 짧막하게나마 적혀있었다. 여기, 짧게나마 그녀의 글을 빌려 쓰는 것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다.

 진단서는 이미 손에 넣었고, 사진도 모두 완벽하게 준비 됐어. 사실 그날 내가 병실을 탈출할 수 있다하더라도 지하실까지 내려가 사진 찍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어떤 사람이 도움을 줘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었어. 고마워, 친구. 네 도움과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나는 이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했을 거야.

 

마지막 줄은 가로로 잔뜩 그어 문장이 지워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위그드라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내가 맞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녀는 소문과는 다르게 노란색 머리에 파란눈을 가진 아가씨가 아니었어. 

 

 

11. 1916년 발행된 신문기사

 신문들은 제멋대로이며, 순서대로가 아니다.

 

전두엽 절제술. 인간, 신의 영역에 도달하다. <타임즈> 1916

직접 시술을 진행하는 제스프리 골드, 얼음송곳을 들고 있고 환자는 마취된 상태다. <사진>

노벨상 후보 유력. 제스프리 골드 인터뷰 <타임즈> 1916

난폭했던 환자가 전두엽 시술 받고 얌전해진 모습, 단정한 옷을 있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

 

유라시아 정신병원. 303호 환자. 뜬구름 없는 소문인가 아니면 사실인가? <런던 가제트>

익명의 제보자는 대체 누구인가? 관심종자인가 아니면 병원의 비리를 알리려는 정의로운 사람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특종에 미친 기자? <런던 가제트>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자 제스프리 골드의 추악한 비밀이라며, 한 통의 편지가 익명으로 날아왔다. 편지를 읽어본 편집장과 기자들은 그동안 선한얼굴로 환자들을 친근하게 대해주던 그가 사실은 환자들을 살리는 게 아니라, 실험대상을 여기고 있다는 한 익명의 제보를 받게 되었다. 편지는 신빙성이 있어, 평소 그와 친분이 있는 친구 2명과 병원근무자 수간호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병원장에 대해 꽤나 상세하고도 자세히 적혀있는 걸로 확인되었다. <타임즈> 에서 발췌.

 

 

타임즈 1916

유라시아 정신병원에 숨겨진 303호 환자. 20번째 인터뷰 거절. 


얼마전 또 다시 익명의 제보자로 부터 신빙성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 취재진은  소문의 실체에 대해 알아내려 제스프리 골드에게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편지를 보냈지만 또 다시 거절당했다. 보리차 기자가 직접 취재진을 이끌고 병원 앞까지 가 제스프리 골드를 만났지만, 그는 취재진을 바보취급하면서, 제대로 된 글이나 쓰라고 호통쳤다. 병원장에게 익명의 편지를 들이밀었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며,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뜬구름 없는 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병원내부를 공개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바보같은 편지에 의존하는 현대 언론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인터뷰는 더이상 받지 않겠다고 했다.

 

타임즈 1916

 유라시아 정신병원 303호 환자의 정체는? 버터스콘?


반년전부터 유라시아 정신병원에서 대한 소문은 다들 익히 알것이다. 바로 303호 환자. 유라시아 정신병원의 병원장인 제스프리 골드는 그동안 인터뷰를 극구 거부해왔다. 그런데 얼마전 우리는 한 기자가 몰래 환자로 잡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자는 1년동안 환자인척하며 병원장과 간호사를 속였다. 그리고 303호 환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303호는 3층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데, 만만치 않게 경비가 삼엄했다. 어느날 병원장이 병원을 비운 틈을 타 평소 자신을 잘 따르는 남간호사를 유혹해 303호환자 기록서와 열쇠를 빼돌린 기자는 303호실로 향했다. 그리고 기자는 소문이 마냥 뜬구름없는 이야기만은 아닐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창살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관으로 보이는 물체가 방 한가운데에 있다. <사진1> 

여러개의 자물쇠로 문은 단단히 고정돼있다. <사진2>

303호 환자 진료 기록서. 버터스콘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3>

 

그동안 무성한 소문이 꽤나 났으니, 다들 알고 있겠지만 바로 303호 환자가 실종된 버터 스콘이라는 소문이 확실시 되었다. 이에 취재진은 직접 익명의 제보자를 찾았지만, 제보자는 극구 자신의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병원관계자 중 한명으로 보이는 이 제보자는...(중략) <런던 가제트>에서 발췌

 

 

외전 1 꼬마괴물

19--년 앳된 여자가 바닷가 절벽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배가 들어오면 눈을 가늘게 뜨고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본다. 이번에도 아니구나. 그녀는 직감적으로 안다, 저기엔 꼬마 괴물이 없다는걸.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늘 기다린다. 

아름다운 나만의 인형, 예쁜 소리로 노래 부르는 언니는 늘 나의 자랑이었다. 영리하고 똑똑한 머리와 아름다움 목소리와 미모를 겸비한 언니를 향해 사람들은 뭍 밖에서 살았더라면 천재 소리를 들으며 크게 됐을 거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다. 나도 언니가 이 섬에 갇혀 살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르고 사랑받았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언니가 이곳에 머물기를 바랐다. 

나는 어리지만 영악한 애였다. 어린아이의 특유 떼를 쓰면 언니가 꼼짝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자 나는 언니를 내 손에 두기 위해 늘 떼를 쓰고 바닥에 드러눕기 일 수여서 언니를 곤란하게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언니와 낮잠을 잤는데, 끙끙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언니가 한쪽에서 잔뜩 부른 배를 껴안고 끙끙대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언니를 쳐다봤다. 아침까지만 해도 평평했던 언니의 배가 왜 이렇게 부른 것일까. 

 

도와줘….

….

가서 사람 좀 불러와…. 제발…. 

….

엄마, 아빠, 도와줘요…. 제발!

 

도와달라는 언니의 세 번째 부름에도 내가 꼼짝도 안 하자, 뭔가 결심한 눈빛을 하더니 순식간에 과일 과도를 들어 자신의 배를 갈라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가른 배에서 나온 것은 아기였다. 

언니의 배를 가르고 태어난 아기는 그날로 내 차지가 되었다. 원하지 않았다. 이렇게 칭얼거리는 녀석은 싫었다. 나는 녀석의 이마를 몇 번이나 콩콩 쥐어박았고 아기는 떠나가라 울음을 터트렸다. 그날 부모님은 언니의 시체는 빠르게 수습했고 아기의 존재는 쉬쉬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더럽고 흉물스러운 언니에 대한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언니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더러운 곳으로 떨어졌다. 

나는 아기가 미웠다. 언니를 죽이고 태어난 이 작은 괴물이 너무나 끔찍했다. 

이모는 소녀가 죽도록 싫었다. 언니를 빼닮아…. 아니 언니만큼 아름답고 예쁜 목소리를 가진 소녀가 증오스러웠다. 언니를 죽이고 태어난 꼬마 괴물. 그녀는 소녀를 꼬마 괴물이라고 불렀다. 소녀가 그 말이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느날 매질을 피하고자 입을 일자로 꾹 다문 소녀를 보자 그게 또 눈에 거슬렀다. 또 한 번. 또 한 번 손을 날렸다. 꼬마 괴물이 사라지자, 그녀는 훌훌 털어버린 것 같았다. 언니에 대한 그리움과 빚에서 해방되는 것 같았다. 

꼬마 괴물이 태어나고 부모님이 몰래 언니의 시체를 매장한 날, 언니의 배가 산처럼 부풀어 오르고 스스로 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는 언니, 그 모든 것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웠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진실이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외로웠다. 

꼬마 괴물이 돌아온다면 이 섬에, 이제 남은 건 자신뿐이었다. 왈칵 눈물이 났다. 꼬마 괴물이 어디로 갔든 상관없지만 영영 보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언젠가 이 섬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돌아올 집은 남겨둬야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아-. 짧은 탄성을 내며 그녀는 가파른 절벽 아래 부딪혀 피를 흘리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민 남자를 보았다. 얼마 전 새로 이곳으로 부임 받은 서역에서 왔다는 의사, 그의 하얀 천이 아직도 바람에 나부끼며 그녀가 죽어가는 걸 보고 있다. 

그녀는 그가 왜 밀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죽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지난날이 떠오른다. 꼬마 괴물,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내 아름다운 나의 언니. 인어처럼 언니가 살아 돌아 올 줄 알았는데…. 아, 내가 기다린 건 꼬마괴물이 아니었구나. 

언니, 언니였어. 이제는 언니를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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