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https://blog.naver.com/nickykim156423/223391181297
참고 자료 https://namu.wiki/w/%EB%9D%BC%EC%9D%B4%EC%B9%B4(%EA%B0%9C) (라이카)
참고한 책과 영화 히든피겨스, 인터스텔라. 외계인 인터뷰.
여자 주인공 - 연구원&교수
남자 주인공 - 엔지니어이자 파일럿. 외계인 or 인간 외의 존재
설정 - 우주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이 단순한 생각은 여주가 어른이 되어서도 놓칠 수 없는 단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인간이 달에 다녀온 지도 어언 31년. 세상은 우주에 무관심하다. 다들 우주여행이니, 우주탐사니, sf에 열광하면서도 우주개발에 조금도 귀 기울이거나 노력하지 않는다. 우주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여주의 생각을, 되게 바보 같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 생각한다. 우주에서 식물을 키운다니. 바보 같아. 그러나 여주는 그 말에 우주탐사니, 우주여행을 꿈꾸면서, 왜 이건 안돼? 라고 되묻는다. 인간이 달에 간다고 했을 때도 모두 바보 같다고 말했지만, 그게 실제가 되자, 아무도 바보라고 하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된 여주는 자신의 목표를 정하는데. 그리고 그녀의 꿈을 응원하는 엔지니어이자 탐사대원인 남주는 그녀의 지시대로 우주선에 식물을 심기 위해 직접 우주로 떠난다.
우주에서 단 하나의 식물을 피우게 하기 위한 아주 작지만 위대한 걸음이 시작되는데….
소설 순서 현재에서 과거로.
----년 --월 --일 은하계 안드로메다 행성 근처의 작은 행성.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계의 중심에 들어온 남주는 자신의 임무가 이제 막바지에 앞둔 것을 안다. 아니, 그녀의 꿈이 이뤄지는 최초의 순간에 서 있다.
이제 곧 이 별은 폭발한다. 이 별의 깊은 곳에 묻혀있는 압축된 핵(산소)을 터트리기 위해선 대지가 한 번 뒤집혀야 한다. 하지만 대지를 폭발시키는 과정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신체를 가진 자신이라 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미 각오한 일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서 자신이 영원히 잊혀 종말을 맞이하는 것은 두렵다. 별들을 눈으로 헤아리며 남주는 그녀가 한때 존재했던 지구를 찾아보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우주를 떠돌았다. 방향감각은 상실했고, 오랫동안 굶주렸으며 지쳤다.
그의 발아래에는 투명한 유리관에 보호된 씨앗이 놓여 있다. 이제 이 식물을 펜던트에 남아 있는 여주의 숨을 전하는 일만 남았다.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자신이 그토록 닿고 싶고 만지고 싶은 연인은 여기에 없지만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폭발이 시작됐다. 저 멀리서 쾅. 쾅 하며 터지는 폭발을 멜로디 삼아 이 삭막한 대지에 산소를 공급하는 폭력적인 과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남주는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그녀의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남주는 커다란 폭발과 함께 허공으로 자기 몸이 떠오른 것을 느끼며, 높은 해일이 자신을 덮치는 과정의 눈앞에 놓여있다. 그의 눈은 유리관을 보고 있지만 그의 깊은 심연에는 여주가 존재한다. 해일이 그를 덮치고, 그는 단단히 땅에 고정한 유리관이 깨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기쁜 듯이 웃는다.
아아―, 성공이야, 여주야. 우리는 그 많은 조롱과 불가능 사이에서 최초의 성공을 거두었어. 너의 승리야. 축하―.
피그말리온 효과.
2000년.
12월 3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아틀란티스 1호 출발 1시간 전.
남주야, 우주를 항해하다 보면 분명 어둡고 냉정한 공간과 생명 없는 무자비한 심연에 빠지게 될 거야. 그래도 네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면 인류는 새로운 시도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거야. 이 우주에 먼지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시작일지라도, 빛이 있으라.
남주는 여주의 이마에, 눈과 뺨에,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연인과의 마지막 인사치고는 너무 짧다. 남주는 새벽까지 생각한 작별 인사를 천천히 읊조린다.
별은 죽을 때 엄청난 에너지와 빛을 내뿜지. 인간도 하나의 별이라 칭한다면, 나는 내 숨이 끝나는 그 순간에 엄청난 빛을 지구로 보내기 위해, 누구보다 더 밝게 빛날 겁니다. 그러니 내 사랑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어요. 내가 당신에게 꼭 신호를 보낼게요.
내가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내 신호는 오직, 단 한 사람, 오직 여주, 너를 위한 건데 당연하지. 약속을 잊어 버리기 전에 꼭 성공해서 돌아올게.
응, 기다릴게, 남주야.
남주는 좀 전에 그녀에게 선물로 받은 펜던트를 가지고 - 자신의 안녕을 기원하는 그녀의 간절함과 숨을 지닌 채 - 우주로 떠났다.
12월 3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소 복도. 아틀란티스 1호 출발 1시간 30분 전.
대체, 무슨 짓이야, 네가 이런다고 그녀가 너에게 감동이라도 받을 거 같아?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기뻐할 거 같아? 대체 이따위 터무니 없는 짓을 벌인 이유가 뭐야!
이유? 이유라는 게 이곳에서 무슨 힘이 있으며 할 일은 무엇인데? 이유는 없어, 그저 있는 그대로일 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전남주. 내가 네 선택을 존중할 거 같아. 개처럼 끌려 나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선택해.
선택하지 않을 거야. 내 선택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어. 바보 같다 해도 상관없어. 이제, 여주의 목표와 꿈은 나의 지침서야.
대체, 무슨 일이지? 여주는 피그말리온들이 싸우는 건 처음 보았다. 아니, 한쪽이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있고 다른 한쪽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피그말리온들의 싸움을 일부러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 복도는 이제 곧 탐사대가 떠날 길이자, 연인과 마지막 작별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모퉁이만 돌면 되건만, 젠장! 대체 왜 여기서 싸우고, 지랄들이야.
뻔뻔한 낯짝이나 보자는 심산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여주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평소 자신이 알던 모습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피그말리온의 리더이자 늘 이성적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던 김리더가 누구보다 감정적으로 굴었고 맹하고 맹숭맹숭한 태도로 피그말리온이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감정과 가깝던 연인, 전남주는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1월 1일. 한국항공우주 연구소. 강의실.
족히 300명은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빽빽이 있는 피그말리온, 교수, 연구소 직원, 일반인, 기자가 모여있다.
연단에 서 있는 여주는 유난히 큰 피그말리온들 때문인지 유달리 작아 보인다. 스크린엔 프로젝트 빔으로 그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자료들이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설명돼 있었다.
여주는 화면을 보며 열렬히 설명하고 있다. 그녀가 눈짓을 하자, 한쪽 구석에서 그녀의 상황을 주시하던 남주가 재빨리 다음 화면으로 넘긴다.
최초로 달을 향해 건 인간이 아니라, 라이카가 그보다 먼저였지요, 그다음에 아폴로 11호가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사람들은 인간이 달에 간다고 했을 때도 어리석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최초로 달에 간 순간, 더 이상 우주여행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레이저포인터로 한 자료를 가리키며 여주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불가능에 도전하는 겁니다. 여러분 새로운 도전에 우주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999년.
10월. 17일. 대학교 캠퍼스 뒤뜰.
며칠 뒤면, 떠난다고 들었어, 저 위로.
미니미는 한 손엔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빈 맥주캔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남주는, 그가 이렇게 취한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아름답지? 이게 0과 1이라니, 도저히 믿기 어렵지만 때론 환상이나 판타지 같은 것들이 더 현실 같고 진짜 현실은 이보다 형편없지. 꿀꺽. 김리더한테 들어서 알겠지만 난 떠나지 않을 거야, 이곳에 남을 거야.
….
이곳은 네가 만든 세상이지만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없지. 봐봐. 저 우주로 가지 않더라도 이곳은 이성과 낭만, 재치와 유머도 있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나는 이 세계를 사랑하게 돼 버렸어.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도요. 하지만, 이곳은 내 영이 떠나면 붕괴해요.
알아. 그래도 난 여기에 남을 거야.
왜요?
미니미는 맥주캔을 두 손으로 잡으며, 입을 쉽게 떼지 못했다. 남주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알았지만 직접 그가 말해야만 그의 목적/소원은 이뤄질 것이었다. 그의 욕망은 곧 소망, 그가 알고자 한다면 상대의 비밀 따위는 간단하게 알게 되겠지만 미니미는 단 한 번도 아내에게 그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그녀를 얻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다투게 되더라도 온전한 그녀의 마음을, 그녀의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머문 시간 속이니까.
….
남주야, 너의 세계는 문학적이지만 이성적이고, 오페라처럼 장엄하고 웅장하지. 그래서 현실을 잊게 해.
네가 한 짓을…김리더한테 말했어. 내가 원망스럽니?
아니요. 잘했어요. 당신은 우수한 피그말리온이에요. 내가 한 짓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었어요. 모두를 속인 거죠. 제가 속임수를 쓴 건데 왜 그게 당신 잘못이겠어요.
남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곳에서 머물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신도 자신이 만든 창조물에 책임지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죠. 제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끔.
남주의 말에 미니미는 깜짝 놀라 맥주를 떨어뜨렸다. 자신의 바짓단을 더럽혀지는 사실도 잊은 채 그는 남주를 껴안고 어깨를 두어 번 세게 잡았다 뗐다.
참 김리더에게는 비밀이에요. 그가 알면 나는 분명 또 시달릴 테니까요. 그것만은 사양이거든요.
대단해! 와하하 - 전남주, 넌 진짜 대단한 놈이야. 와하! 맙소사. 지저스! 오, 진짜 넌 예측불허야. 세상에 너 같은 놈이 또 있을까. 와하하.
남주는 이미 저만치 가고 보이지 않는데 미니미는 여전히 그가 해낸 일들에 감격해 그 밤 누구보다 잊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6월 15일. 천체관측소.
너 진짜 뭐가 보이기는 보이는 거야?
네, 별을 관측하고 있어요.
지금은 무슨 별자리가 보이는데?
목동자리랑 처녀자리 그리고 북두칠성이 보여요, 내가 잘 고정해 뒀으니 어서 이리 와요. 살살, 기계는 건드리지 말고, 잘했어요.
남주는 천체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여주에게 방금 자신이 본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살짝 돌리자, 대 삼각형을 이루는 거문고, 독수리, 백조자리와 그 아래엔 전갈과 궁수자리도 보였다. 여주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별들을 바라보았다.
천체 관측소를 나온 그들은 여름의 공기를 피부 깊이 느꼈다. 둘을 맞잡은 두 손을 흔들며 걸었다.
별에 대해선 언제 공부한 거야?
공부한 적 없어요.
그럼, 누가 알려줬어?
아뇨.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사물이나 물체는 내가 인식한 순간 그것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되죠.
그럼, 너는 내가 여기 없다고 느끼면,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되겠네.
…더는 그렇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 힘이 강했지만, 이제는 그 힘은 제 것이 아니에요.
무슨 뜻이야? …설마, 네 힘을 다른 피그말리온에게 건네준 거야? 왜? 아깝게 왜에? 왜 그랬어?
내가 우주로 떠나고 나면, 그 힘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야 하는 게 맞는 거겠죠.
…그래, 네 말이 옳다. 편리함에 너무 취해,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한 건 나였네. 근데, 그 힘 진짜 누구한테 준 거야?
우리 아이요.
정말?
아뇨, 거짓말이에요.
야!! 사실대로 말해라.
남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여주의 어깨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그녀의 재잘거리는 입을 막아버렸다.
연구실 복도를 거닐고 있을 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여주가 돌아보았다.
김여주 교수님.
아, 미니미 교수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까 연구실에 계시더니 이제 사무실로 가시나 봐요?
네.
가는 길이 같으니 동행 하시죠.
여주는 가볍게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내일이면, 벌써 방학이네요, 시간 참 빠르죠?
그러네요.
방학 때 집으로 내려가시나요?
아뇨. 전 그냥 계속 학교에 남아있을 예정이라. 참, 소식 들었습니다. 사모님, 그렇게 되시고 뵙는 건 처음이네요.
아, 그렇지 그때 오셨는데 제가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미니미는 90도로 머리를 깊인 숙이는 바람에 여주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갑작스레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여주는 괜한 소릴 했다 싶어 화제를 전환했다.
참! 저 이 학교 출신이거든요, 교수님은 모르시겠지만, 저 교수님 수업도 들었는데 기억하실런가 모르겠네요.
아이쿠 이런, 제자도 못 알아보다니, 선생 실격이네요.
교수님 얼굴 때문에 수업 들었다가 학점 진짜 짜게 주셔서 애들도 그렇고 저도 진짜 교수님 원망 많이 하신 거 아세요.
제가 그랬나요? 흠, 하지만 당시 여주 학생의 학점은 A 아래로 내려간 적이 1학기 초 빼고는 없었을 텐데요?
아, 이 악물고 공부했거든요. 제가 남에게 지는 거랑 싫은 소리 진짜 못하거든요.
그런 끈기 때문에 교수가 된 거겠죠. 재밌네요. 학교생활 하면서 그 외 다른 색다른 일이나 경험은 없었나요.
아, 이건 재밌는 건 아닌데 제가 학생 때 이 근처에서 자취했는데 마침 알바 끝나고 마트에 갔다가 사모님이랑 교수님을 뵌 적이 있었어요. 사모님은 씩씩하게 성큼성큼 걸어가시고 교수님은 뒤에서 카트를 끌고 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랬군요, 아내는 씩씩한 사람이었어요.
또다시 아내 이야기가 나오자,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미니미의 눈치를 봤다. 다행히 그는 딱히 불쾌하거나 언짢아 보이지 않아 그가 눈치채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문학적 소양도 뛰어났고, 시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죠. 아내는 장난도 잘 쳤죠. 한 번은 아내가 거실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던 적도 있었죠. 깜짝 놀라, 119에 신고할 생각도 못 하고 병원으로 달려가려 할 때 그녀가 속았지, 하면서 케첩을 제 입에 넣어줬죠, 그녀의 장난이 선 넘었다고 화를 내려고 했지만, 너무나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자, 너무나 쉽게 용서하고 말았죠. 아내는 장점이 많았어요. 다만, 요리 실력이 형편없어, 요리는 늘 제 담당이었어요. 아내는 요리에 재능이 없었지만 어떤 일이든 도전하는 걸 좋아했지요. 우리는 많은 것들을 함께 했고 즐거웠어요, 그 중 장 보는 건 늘 재밌었죠. 아내는 손이 빨랐고 좋은 재료를 고르는 데 탁월한 선수였죠. 흠… 좀 이상하군요.
뭐가요?
아까 인상적이었다면서요? 장보기. 그건 그냥, 가정에서 흔한 모습이잖아요.
아, 그렇죠…하.
여기까지 말한 여주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주가 말을 멈추자, 미니미는 계속해 보라고 말하자 여주는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비밀을 그에게 말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우리 집에선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애정 어린 눈이나 시선을 주고받은 건 책에서나 보던 일이었는걸요. 저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낸 적이 없어요, 그것은 너무나 큰 심연이라, 어떤 것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것은 에너지가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사무실에 도착했군요. 재미없는 저랑 말 상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아내를 좋게 봐주신 점도요.
어? 아. 네, 네!
미니미가 사라지자, 여주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어머, 나 미쳤나 봐 라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한편 복도를 걷던 미니미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왔던 방향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씩 미소 지으며
행운을 빌어요, 여주씨.
4월 2일. 미니미, 개인 강의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시험에 관련된 게 아니면 뭐든 허락하지.
지구인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남주의 말에 펜슬은 또, 시작이네! 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구인의 신뢰라… 질문은 내가 하지. 이의는 없겠지.
네.
너는 지구인에게 진실했나.
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네.
확신하나?
네.
남주의 말에 미니미는 쓰고 있던 안경과 책을 덮고 흥미로운 눈으로 남주를 바라봤다.
상대의 믿음에 배신한 적은?
없어요.
상대는?
….
있군. 거기서부터 시작하지. 말해보게. 지구인이 자네를 배신한 건 뭐지?
네임을, 지우라고 했어요.
뭐?
펜슬이 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와 책상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야, 너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고나 한 거야?
알아. 나도 동의했으니까.
뭐! 이 멍청한 새끼가….
어이쿠, 펜슬 학생, 자자, 일단 진정하고 자리에 앉도록. 아무리 쪽지 시험이라도 지금은 시험 중이라는 건 잊지 말게.
하지만 교수님….
미니미가 단호한 눈을 하자 펜슬은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자네가 동의했다고 하니, 뭐 할 말은 없지만, 네임을 지운다는 건 자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 아무리 운명 상대니, 뭐니 해도 네임만 가지고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교수님, 책에서는….
그래, 어린이 동화책에 그 이야기가 나오지.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동화책을 사실로 믿지 않지. 성서를 온전히 글자 그대로 믿으면, 자네는 아이도 때릴 텐가?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하냐고? 그야 당연히 그녀와 이야기해야겠지.
대화를 거부하면은요?
시도해 봤나?
아뇨.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지. 나는 네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말은 즉, 사람들이 자신들이 안다는 것을 사실 모른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지. 마크트웨인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사람들이 공경에 빠지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남주 학생, 자네는 그 지구인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
'[창작 소설] 단편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NL] 베일에 싸인 환자 (0) | 2024.11.28 |
---|---|
[GL]니니와 이엘 1 (0) | 2024.11.15 |
[GL] 종족 1 (0) | 2024.11.13 |
[페르세포네x하데스] 어떤 의뢰 (0) | 2024.11.12 |
[SF]접시 위에 올라온 안드로이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0) | 2024.11.11 |